상세정보
도서정보
- 상품명 : 안녕, 피터팬 - 중증자폐인 아들을 두고 떠나는 시한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 출판사 : 이야기장수
- 출간일 : 2026년 6월 26일
- ISBN : 9791194184645
- 페이지수 : 456
- 크기 : 153*224mm
- 무게 : 593g
- 지은이 : 전경철
책속에서
알라딘 책소개
장애인 거주시설, 복지기관, 관련 단체……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입소 불가입니다.” 인력이 모자라서, T/O가 차서, 자해나 타인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받을 수 없어서 등등의 이유를 대며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시설들이 대부분이었다. 수백 번의 문의와 거절 끝에 아버지는 절망적인 현실과 마주했다. 대한민국 1천여 개의 장애인 거주시설, 그 어디에도 자신의 아들을 받아줄 곳, 살려줄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잔인한 사실이었다.
MBC <실화탐사대> ‘안녕, 피터팬’ 편이 방송되자 시청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말 그대로 사력을 다해 아들의 미래를 찾아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방송에서 말했다. “끝내 그 어디에도 맡아주는 곳이 없다면, 저는 아들을 데리고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 이후 전국에서 응원이 이어졌다. 그가 죽음의 길동무로 삼은 ‘꼭두’라는 가상의 화자가 써내려가는 카카오 브런치 연재글에는 수많은 댓글이 쏟아졌고, 1900여 건, 총 금액 8천만 원에 이르는 자발적 후원이 쇄도했다. 사람들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 어딘가에, 죽어가는데 죽을 수조차 없는 부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목차
작가의 말_ ‘피터팬의 네버랜드’를 찾아서 … 4
1부 아빠의 날들
회고록의 이유 … 13
인생 전역 명령서 … 18
아빠 마중 … 23
늘 고소한 냄새가 나던 친구 … 28
서울 도심 속 귀곡산장 … 32
귀곡산장 마당냥 1 … 42
생전장례식, 38년 만의 82 번개 … 52
머슴밥 두 공기 … 60
풀밭, 꽃밭, 텃밭 귀곡정원 … 64
인터뷰 혹은 자술서 … 72
인터뷰가 남긴 아빠의 소망 … 83
공주 종가 마지막 김장 … 89
귀곡산장 마당냥 2 … 96
아듀 2025 … 105
포레스트 검프의 회상 … 112
한여름 밤의 동대문야구장 … 119
이제 곧 만나러 갑니다 … 125
길 잃은 아이 그리고 고독사 … 132
모진 결심 그리고 반전 … 138
구연 만화 세상 … 144
어머니의 ‘세계문학전집’ … 150
날라리에서 딴따라까지 … 156
바쁘게 살든지, 바쁘게 죽든지 … 163
캠퍼스의 야사 이야기꾼 … 169
‘졸업정원제’가 잉태한 ‘ㅤㄲㅝㄴ’과의 접속 … 177
혁명가가 될 수 없었던 딴따라 … 183
한恨의 모닥불 … 194
하늘님께 드리는 그의 회고이유서 … 204
사실을 심리하다, 새길을 시작하다 … 211
‘생의 종착례’ 소풍, 귀천 마침내 해방 … 219
두 가지 색, 블루 … 225
돋은 풀 위로 싹을 틔우며 … 232
2부 아들의 날들
생을 기록하게 된 사연 … 245
아들의 아침 … 252
가을소풍, 선사문화축제 … 260
피터팬 신드롬 … 268
해양천국 … 275
이별 연습 … 284
모세의 지팡이 … 291
전투의 시작, 커지는 희망 … 296
빗줄기 속 출정의 아침 … 304
승전勝戰의 북소리 … 310
최후의 만찬 … 315
생이별 … 323
빈집 … 330
사라진 하늘 … 336
‘말없음표’의 끝 … 342
‘쉼표’의 시작 … 349
“하느님? 제 법정에 출두하세요!” … 358
안녕, 피터팬! … 366
네버랜드를 찾아서 … 375
피터팬의 새집, 행복의 시놉시스 … 385
민들레처럼 … 397
‘배리’가 지키지 못한 소년 … 408
‘오도네’의 신화 〈로렌조 오일〉 … 419
34번가의 기적 … 434
333번가의 기적 … 440
밑줄긋기
P.
50년 동안 시간이 멈춰선 곳. 도심 속 귀곡산장 같은 집에서 우리 가(家) 마지막 3대가 살았습니다. 일 년 전, 어머니는 저를 위해 서둘러 소풍을 마치고 떠나가셨어요. 20년간 버텨온 ‘나홀로’ 아빠의 날도 마쳐야 할 때가 오고 말았죠. 그 마지막 숙제는 힘들었어요. 고단한 여정이었지만, 틈이 허락될 때마다 그 길을 기록했습니다. 제 피터팬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려두고 싶어서.
_작가의 말에서
P.
최근 3년, 너도 알다시피 나 죽을둥살둥 지내고 있었잖아. 점점 힘만 세지는 자폐아들 평생육아에 더해, 급기야 뇌경색까지 찾아온 치매 엄니도 모시느라. 한 지붕 세 사람 생활에서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건 온전히 나 혼자인 상황. 다른 건 엄두도 내기 힘들 뿐 아니라, 뭔가 이미 결말 다 쓰여진 극본 속으로 하기 싫은 주인공 연기하러 억지로 무대에 들어서는 느낌. 그 불길한 예지력. 이해가 되려나? 그냥 한마디로, 당장 내가 하루라도 집을 비울 수가 없었어. 올 1월까지는 둘이었고, 지금도 장정아들 밥해 먹이는 게 가장 중요한 일과인 내 생활. 무엇보다 엄니 생전에는 그 불길한 드라마를 행여 보거나 듣게 해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해가 바뀌고 1월. 어이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어머니가 떠나가셨어. 내 예측과 각오가 무색할 정도로 갑자기. 난 지금도 어머니가 오로지 나를 위해 그렇게 서두르신 거라고 생각해. 어머니를 고향마을에 모셔드리고 온 날부터 들었던 생각이, ‘이제는 내가 내 상황을 알아야 한다. 나도 삶의 정돈이라는 걸 할 때가 됐어’ 그거였고, 그동안 원장이 그토록 하자 했던 검사를 받으러 지역 병원들을 돌아다녔지. (…)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날짜 4월 3일. 확정 진단. “간암이 확실하네요. 입원합시다. 할 수 있는 치료 방법 찾아야죠.” 난 이미 아들의 자폐를 받아들일 때 겪어본 경험에 더해, 불길한 예지력과 고단했던 검사 과정을 거치며 벌써 죽음의 5단계를 마친 상태였나봐. 다 알고 왔다는 듯 말했어. “저는 치료 안 받을 겁니다. 그저 알고 싶네요. 제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일지……” 의사가 갸웃거리며 묻네. “아직 젊은데 왜…… 요즘은 이식부터 시술까지 치료 방법 많아요.” 간략하게 답했어. 길게 설명하기도 구차하고. “제가요. 자폐아들을 스물여섯 살까지 나홀로 키우고 있는데요. 너무 힘들었나봐요. 이제…… 쉬고 싶네요. 어머니 가시는 순간을 혼자 집에서 감당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별거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요.”
_「인터뷰 혹은 자술서」 중에서
P.
아버지, 우주를 팔아먹은 놈답게 아들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끔찍한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독하게 버텨내고 있답니다. 제 마지막 소원은요. 아들이 집도 잊고, 저도 잊고 새로운 곳에서 혼자 잘사는 것. 그저 그거 하나뿐이에요. 우리 종가 마지막 장손은 지켜내야 하지 않겠어요? 이것만 해내고 제가 아버지께 의기양양 걸어가는 날. 아버지, ‘욕봤다, 아들아’ 하며 반겨주실 거죠? 아버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_「이제 곧 만나러 갑니다」 중에서
P.
정작 제가 오른 계단의 끝에, 가장 큰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저는 곰나루의 웅녀처럼, 짙푸른 상실의 미드나잇 블루에 잠기지 않겠습니다. 제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는 이 땅에 너무 힘겹게 버텨야 할 피터팬이 없게 하는 꿈. 더는 이 땅에 그 고단함에 지쳐, 자식과 자신을 포기하는 부모가 없어야 하는 소명. 아들이 빈자리 대신, 제게 남겨준 큰 과제입니다. 제가 찾아야 할, 눈 시리게 푸른 스카이 블루의 청산입니다. 제게는 아직 2026년이 온전히 필요합니다.
_「돋은 풀 위로 싹을 틔우며」 중에서
P.
제 아들은 증상으로는 제일 안 좋은 쪽 끝에 있어요.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알아듣는 말은 쉼표 없는 한두 단어 정도의 짧은 지시어입니다. 소통 불가라는 자폐의 대표 증상 끝판왕이죠. 말이 안 되니 글도 없고요. 저와의 대화는 당연히 제로입니다.
제가 20여 년간 포기하지 못했던 꿈이 아들로부터 ‘아빠’라는 말을 들어보는 거였어요. 단 한 번이라도. 이웃들에게는 그저 유치원 다닌다고 하지만, 자폐아가 유치원 전부터 다니는 곳을 ‘조기교실’이라고 합니다. 아침에 데려다주고는, 늦은 출근과 빠른 퇴근을 마치고 다시 아들을 만나러 조기교실 문을 들어설 때마다 기대에 부풀죠. 오늘 드디어 아들이 ‘아빠’ 하며 내게 뛰어와 안기는 꿈.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어요. 단 한 번도. 제 꿈을 너무 잘 아는, 아들보다 한 살 많은 누나가 10년 가까이 ‘아빠’라는 두 글자 한마디를 연습시켰지만 소용없었고 딸이 먼저 포기했죠. 저는 20년을 채우고서야 더는 그 꿈을 꾸지 못하게 됐고요.
_「생을 기록하게 된 사연」 중에서

